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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2012/09'에 해당되는 글 4건
2012.09.13 23:59

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, 박노해



인생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

나는 너무 서둘러 여기까지 왔다

여행자가 아닌 심부름꾼처럼


계절 속을 여유로이 걷지도 못하고 

의미 있는 순간을 음미하지도 못하고

만남의 진가를 알아채지도 못한 채 


나는 왜 이렇게 삶을 서둘러 왔던가

달려가다 스스로 멈춰 서지도 못하고

대지에 나무 한 그루 심지도 못하고

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지도 못하고

주어진 것들을 충분히 누리지도 못했던가


나는 너무 빨리 서둘러 왔다

나는 삶을 지나쳐 왔다

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



---

여행자가 아닌 심부름꾼처럼...

긴 여운이 남는 시다.



Favicon of http://global.uanic.name/ купить домен com | 2012.12.28 21:54 신고 | PERMALINK | EDIT/DEL | REPLY
감사합니다
Favicon of http://tood-re.tistory.com 먹튀 검증 | 2018.08.02 14:02 신고 | PERMALINK | EDIT/DEL | REPLY
잘보고갑니다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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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2.09.13 23:45

발바닥 사랑, 박노해



사랑은 발바닥이다


머리는 너무 빨리 돌아가고

생각은 너무 쉽게 뒤바뀌고

마음은 날씨보다 변덕스럽다


사람은 자신의 발이 그리로 가면

머리도 가슴도 함께 따라가지 않을 수 없으니


발바닥이 가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

발바닥이 이어주는 대로 만나게 되고 

그 인연에 따라 삶 또한 달라지리니


현장에 딛고 선 나의 발바닥

대지와 입맞춤하는 나의 발바닥

내 두 발에 찍힌 사랑의 입맞춤

그 영혼의 낙인이 바로 나이니


그리하여 우리 최후의 날

하늘은 단 한가지만을 요구하리니

어디 너의 발바닥 사랑을 보자꾸나



---
나는 사물/일상을 관찰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는 시를 좋아하기에 
내가 좋아하는 시 스타일의 시는 아니지만 최근 박노해 시인 시에 푹 빠져있다.
천천히 읽어보면 큰 울림이 있다. 
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었기에 시에 울림이 담겨 있는 것이라 생각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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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2.09.09 22:43

경주마, 박노해


너는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

어느 날부터 경주마로 길러지고 

너는 지금 트랙을 달리고 있다


경주마가 할 일은

좋은 사료를 먹고 좋은 기수를 만나

레이스에 앞서는 게 아니다 


경주마가 할 일은

자신이 달리고 있는 곳이 결국

트랙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


그리고

트랙을 빠져나와

저 푸른 초원으로 걸어가는 것이다



---

트랙은 만들어진 공간

세상을 바꿀 수 없는 공간


세상을 바꾸는데 관심이 없을지라도, 

트랙 위에서 행복 할 수 있다

하지만 저 푸른 초원에 비할 수 있으랴?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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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2.09.08 00:45

비오는 날, 이재호

 

비오는날 차 앞유리엔 사자 두마리가있다

 

빠드득 빠드득
이빨 가는 소리

 

세렝게티의 사자들 처럼 이 녀석도 영역 표시를 한다

 

빠드득 빠드득

 

자기 구역으로 넘어온 녀석은
영역 밖으로 밀어내며 응징한다.

 

그렇게 빗방울들은 사자가 무서워
유리창 밖으로 뛰어내린다

 

자유를 찾아 줄지어 저 멀리 날아간다.

 

비가 그치고 건기가 오면
힘 빠진 사자들은 한 곳에 뭉쳐 서로를 의지하며 산다.
미동도 없다.

 

삶은 그런거다 힘있으면 과시하고
없으면 웅크리는...치사한...

 

---
비오는날 열심히 움직이는 와이퍼를 보고 자작시 한편 써 봤당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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